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1

23 뫼비우스의띠 0 142 2021.12.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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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의학박사

 

 

서 론

 

우리는 정신과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갖고 있다. 편견(偏見)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이나 견해이다. ‘애국정신’, ‘화랑정신처럼 정신이 뒤에 들어가면 괜찮다. 그런데 정신과처럼 정신이 앞에 나오고 그것도 정신뒤에 가 붙으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

 

정신과는 정확하게 말하면 정신건강의학과이다.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2011년에 개명되었다. 진료과명을 정신건강의학과로 개명한 것은 정신의학이 발달하면서 그 범위가 단순히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 정신질환 예방·정신건강 증진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하고,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정신건강의 개념을 강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리는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와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많다. 최근 560대 아버지를 살해한 20대 아들, 2019년 진주 방화 살인사건,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의 범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의 범인들이 모두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증가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런 편견과 차별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偏見)과 정견(正見)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과 태도를 향상시켜,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조기에 인식하고 조기 치료를 함으로써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예방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바람으로 적는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偏見)과 정견(正見)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가량이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낮은 정신건강 문맹(文盲)’으로 나타났을 만큼, 우리는 정신질환에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편견이란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치 못한 생각이나 견해이다. 긍정적인 편견도 편견이지만 대개 부정적인 견해를 편견이라 하는 경향이 있다. 편견을 말하려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생각이나 견해인 정견이 확실해야 한다. 정견을 알아야 무엇이 편견인지를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정신질환에 대해 흔히 생각하는 10가지의 편견에 대해 정견으로 문답함으로써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1. 정신건강의학과 진단명의 장애(disorder)와 장애(disability)의 차이

 

임상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자녀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로 진단 받았을 때, “우리 아이가 장애인이란 말입니까?”라고 충격을 받는 보호자들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단명의 장애(disorder)를 장애(disability)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장애(disability)도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나 정신 능력에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고 두 번째는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의미도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나 공황장애에서의 장애(disorder)는 장애(disability)의 의미가 아닌 병이라는 의미이다. 병은 원래는 정상적이었으나 어떤 이유로 몸이나 마음에 문제가 생겼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예를 들면, 감기도 병이다.

 

한글이나 한자어로는 같이 장애(障礙)’라는 용어로 표현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단명의 장애(disorder)는 장애(disability)가 아니다.

 

2.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병은 모두 정신병(psychosis)인가요?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모두 정신병(psychosis) 환자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신질환(mental illness)을 진료하는데, 일반인들은 정신병(psychosis)을 정신질환(mental illness)의 모든 것으로 잘 못 아는 경우가 많다.

 

정신병(psychosis)은 사실 전문 의학 용어는 아니다. 보다 정확한 용어는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order)이다. 이에 속하는 대표적인 병이 조현병이다. 물론 조현병 이외에도 조현양상장애, 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정신병적 장애 등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해서 중증의 양극성 장애 등이 있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는 정신질환(mental illness)에는 수면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신체증상 장애 및 관련 장애(신체적인 검사상의 이상 유무와 관계없이 그 원인이 정신적이거나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신체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되는 경우를 말함)와 같은 비교적 경한 정신건강 문제인 스트레스성 질환소위 신경성 질환등을 진료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또한, 신체적 질병에 대한 불합리한 스트레스 반응이 있는 경우나 개인이나 가족의 심리문제, 더 나은 삶을 위한 코칭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대상이 된다.

 

내과 진료를 받으면 모두 중병(重病) 환자라고 생각하는가? 내과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수 백 가지의 경우가 있다. 감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있고, 건강 검진을 위해 갈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도 마찬가지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게 되면, 사람들은 나도 진료 좀 받아봐야겠다라는 말을 우스개 소리로 쉽게 꺼내는 사람도 있고, “나는 절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받을 일이 없다.”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두 부류 모두 다른 사람들로부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만나서 진료 좀 받아보라는 말을 들으면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크고 작건 간에 심리적인 문제다시 말하면 정신과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정신질환이 있는 것이고 진료를 안 받으면 정신질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 없다고 정상 혈압일까? 진단이란 병을 치료해 건강을 찾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방법 중 하나이다.

 

불편이 있을 때 치료라는 도움을 받을 것인지 혼자서 극복하려고 애쓸지는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다. 그러나 건강을 해치는데도 도움을 받지 않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처사이다. 정신건강의학에서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정신이 건강한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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